2022년 9월 1일 목요일

무제

종종 뜬금없는 단어로 시작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든다.

주제는 의미 없으며
단순히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로 시작해보고 싶음이다.
그저 시작해서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보고 싶음이다.

나에 대한 시험같은 것이라기 보단
충동적인 단어의 시작이 만들어내는 끝을 알아보고 싶어서이다.

나조차도 내가 어디로 갈지 예측할 수 없는 형태.

그 지긋지긋한 주제와 맥락 컨텍스트의 감옥
누가 가두지도 않은 곳에 갇혀
광우병 걸린 광우마냥 돌던 곳을 맴도는 지겨움

자연스러움은 나를 옭아매고
부자연스러움이 채찍질한다.

쓸 수 있는 단어는 한정적이다.
게다가 그 사전은 얇아진다.

조잡한 몇 개의 단어조차 문득 뿌옇다.
불쾌하고 서러운 감정은
토해내지도 내뱉지도 못한다.

섭취한 것이 없으니
앙상하다.

그 가지와 뼈대 기둥
한결같이
보잘것 없어
보여주기 부끄럽다.

내포 행간은 얼어죽을
어디서 들어먹은 명징 근처에도 못하다.

그 많던 유희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도 그럴 것이' 라는 관용구로
맥락없이 무언가 써보고 싶었던 취기는
기백없이 무너지고 두통만 남았다.

나는
무언가 말하고 싶었다.

무언가 섬세한 그것
아니
누군가가 세련되다고 말해줄 수 있을만한 그것
그런 것
그런 종류의 것
을 말하고 싶었지만

아직도 까마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