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20일 일요일

관계

내가 누구에게 마음을 준다는 건
나의 감각을 상대에게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나의 감각은
그 사람의 눈과 입술 몸짓 옷매무새까지 스며들어
수 많은 인과를 해독하려 노력한다.

그와의 관계가 저물무렵
우리는 거둘 수 없음을 알게된다.

내어준 나의 일부는
회수할 수 없으면
단지 베어내야 함을 깨닫는다.

넘쳐나는 감정을
수없이 도려내면
우리에겐 남아있는 것이
얼마 없음을 알게된다.

도려내는 것은
머리를 깍는 정도가 아닌
작두에 올려진 손가락과 같은
모골이 송연해지는 위협이 된다.

살기 위해
버티기 위해
벰 이후의 휘청임을 버틸 수 없기에
우리는 더 이상의 확장을 멈춘다.

건조해진다.
바짝 갈라진다.
딱딱해진다.

그 깊고 깊은 내면의
이주 작은
연약하고도
부드러우며
향기로운
그 마지막 속살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기꺼이
아직 남은 많은 감정을
말라 비틀어
단단한 껍질로
만들어 버티기로 결정한다.

무미 건조해지는 것은
차마 잃고 싶지 않은
내 삶의 마지막 
아주 작은 순수의 기억을
보존하기 위한
저항인 것이다.




2022년 2월 18일 금요일

경화

차라리 그런

단단함이나 묵직함이었으면 좋으련만


그저 딱딱함에 불과하다.

유연하여 뭐든 될 수 있을것 같음은

잊은지 오래다.


색도 바랜듯 하고

단단하여 갈라진 류의 것들이 그러하듯

생동감이 없다.


부드러워 조물락 거리고픈

앙증맞음보단

뭐하나 해될것 없이

그냥 있는데도

차마 손대기 싫은 느낌의 것이

되고 있다.


그렇게 촉촉하거나

물렁한 무언가

그 무언가가 자신없다.


그낭

나는 푸석해진채로

더 푸석해짐을

피할수도 없이

맡긴채 퇴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