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몹시도 답답하여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허나 날이 갈수록 정겨워졌다.
아침에 샤워를 하고 나간 침대 옆
샤워실 겸 화장실에서의 물곰팡내와
다 떨어진 방향제 병에서 꿋꿋이 풍겨 나오는 비릿한 향의 조화는
그렇게도 역겨웠지만 이제는 자못 달갑다.
그 갑갑함이 내겐 에너지였으나
이 달가움이 되레 휴식이 된다.
아무도 모르는 이곳에서
아무도 모르게 글을 끄적인다.
아무도 모르는 이 글은
아무도 모르게 도사리고 있다.
아무도 물지 못하며
그 누구의 심금에도 미치지 못할것이 뻔하다.
음흉거리며
어두운 골목에 몸을 숨기며
내 은밀한 부위를 드러낸 채
누가 봐주길 기대하는
이 글은 그런 바바리맨 같은 초라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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