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23일 수요일

不惑

마흔을 불혹이라 한다.
사소한 일에 혹함이 없다는 뜻이나, 이전에는 온전히 깨닫지 못했다.

불혹은 단순히 무언가 또는 누군가에 현혹됨이 없음을 뜻하기 보단,

이제껏 경험한 인과를 바탕으로,
대부분의 상황에 대한 결론이 예측가능하며,
이러한 예측을 통해 일련의 사태에 대한 감정의 요동을 막을 수 있는 노련함
정도를 의미하는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감정의 동요가 소모하는 에너지는 결코 작지 않으니,
보통은 기대하지 않고 낙관하지 않음으로서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를 막고자 노력한다.
감정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둔감해지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젊은이들의 시선으로 볼 때, 이는 마치 서서히 감정을 잃어가는 것과 진배없어 보인다.

하지만 노화에 따른 에너지의 감소는 필연적이며, 중년의 감정적인 진동은 감쇄시킬 에너지의 부족으로 인해 자칫 발산하게 될지도 모르니, 마냥 탓할수도 없다.
더 늙음을 대비하는 연습일 수도 있고...

문득, 불혹은 노화에 의해 줄어든 에너지를 보존하기 위한 자연의 섭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괜한 글을 끄적여 본다.

어느덧 나의 웃음도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느껴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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